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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FJ의 내향 감정
    LOTUSBLANC/_INFJ 2018. 9. 11. 18:28

    INFJ의 내향 감정

    원문 보기 : https://www.stellarmaze.com/fi-in-infjs/


    많은 이들이 INFJ에게 내향 감정(Fi)는 중요한 기능이 아니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그 이유는 MBTI 이론 상 INFJ의 감정 기능은 주로 외향 감정 위주인 것처럼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INFJ가 선호하는 감정 기능이 외향 감정이라고 해서 내향 감정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고 보아서는 안됩니다. INFJ의 내향 감정이 MBTI 이론에서 등한시 되고 있는 이유는 MBTI의 유형 체계에 대해 주로 상위 4가지 기능에만 근거하여 설명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남은 4가지 기능은 신경을 안 써도 되는걸까요? 이 포스팅에서는 INFJ 유형에서 내향 감정이 어떤 식으로 발현되는지 살펴보고 INFJ의 행태 중 내향 감정이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는 일부 특성을 설명하고, 마지막에는 문학에서 내향 감정이 INFJ에게 나타나는 예시를 몇 들고자 합니다. 

     

    INFJ들은 흔히 타인의 감정과, 그들의 내면 깊은 곳에 잠재되어 있는 동기에 대해 오싹하도록 잘 파악하는 사람들로 묘사됩니다. INFJ들은 공감을 매우 잘하는 것을 알려져 있으며, 이런 그들의 독특한 능력은 타인의 감정을 그대로 자신 안에 재현함으로써 그 감정을 1차 적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타인이 감정을 겉으로 전혀 내비치지 않아도 INFJ가 그들의 감정을 파악하는데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한 INFJ의 어찌 보면 도를 넘어선 공감 능력은 내향 직관 기능으로부터 나온다고 볼 수도 있지만, 자세히 본다면 내향 감정 기능과도 관련이 깊습니다. 

     

    내향 감정은 INFJ에게 있어서 이드(Id)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드 기능이란 강력하지만 퇴행적 성향을 가진 기능입니다. INFJ의 내향 감정 성향은 매우 강하지만, INFJ를 다시 유아적인 상태로 되돌리려는 경향이 있기도 하여 한편 위험하기도 합니다. INFJ가 퇴행적인 내향 감정의 영향을 심하게 받은 예는 특히 도스토예프스키의 명작 [죄와 벌]에서 아주 상세히 묘사됩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라스콜니코프라는 젊은이로, INFJ가 이드 기능인 내향 감정에 빠져 멸망하는 과정을 아주 생생하게 보여주는 예입니다. 이 소설에서는 한 젊은이가 대학에서 공부를 하는데, 아주 가난하고 격리된 생활을 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주인공은 생계와 관련된 현실적인 문제들과 정면으로 맞서기 보다는 내적 성찰과 아이디어에 주로 몰두합니다. 그는 곧 한 가지 아이디어에 집착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역사의 위대한 정복자들이 했듯이 자신도 도덕적인 책임 없이 살인을 저지를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입니다. 이 소설의 핵심 사건은 라스콜니코프가 살인을 계획하고 실행한 것이며, 소설의 남은 부분 동안 살인을 저지르고 난 후에 주인공이 느끼는 양심의 가책에 관한 묘사입니다. 

    INFJ의 이드 기능에 대해 더 이해하고 싶다면 이 위대한 소설을 읽어볼 것을 강력 추천합니다. 작가 자신은 의심의 여지 없이 INFJ로 보이며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INFJ가 내향 감정에 빠져 있을 때에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느끼는지 아주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면에서, 내향 감정 기능은 INFJ의 여러 기능 중에서 가장 강력한 기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신분석학에서 에고(Ego)가 이드(Id)라는 기반 위에 세워져 있듯이, INFJ는 내향 감정이라는 기반 위에 세워진 유형이라 볼 수 있습니다. 정신분석학에서 이드가 중요하듯이, INFJ의 심리 유형에서 내향 감정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알고 보면 매우 큽니다. 

     

    INFJ가 내향 감정 이드에 휘말려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또 다른 훌륭한 예로 셰익스피어의 연극 속 햄릿이라는 캐릭터를 들 수 있습니다. 

     

    연극의 주인공 햄릿은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의 삼촌과의 재혼에 너무나도 괴로워합니다. 이 모든 상황에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오긴 하는데 정확히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콕 찝어 말하지 못합니다. 햄릿은 심하게 절망하여,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을지 고민하기 시작하며, 이때 고민하는 모습이 그 유명한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의 독백입니다. 

     

    INFJ의 내향 감정을 느끼고 싶다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이 독백 부분만이라도 한번 읽어보십시오. 

    INFJ의 내향 감정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로 에드거 앨런 포의 [고자질하는 심장]에 나오는 주인공의 독백을 들 수 있습니다. 독백의 형식 특성상 INFJ가 내향 감정으로 인해 무너지는 과정을 상세히 볼 수 있습니다. INFJ가 저지른 끔찍한 일들에 대한 죄책감과 두려움이 생생히 느껴집니다. 일반적으로 INFJ가 살인자가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겠지만, 바로 이런 류의 죄책감이 자신의 기준에 스스로 못 미친다고 여기는 INFJ들을 끊임없이 괴롭힙니다. 이런 감정이야말로 INFJ 고문의 원천으로, 이들은 자신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부분으로 인해 자기만의 독특한 지옥을 만들어 나갑니다. 

     

    특히, INFJ가 너무 오랫동안 내향적인 상태로 있으면서 흔히 이야기하는 Ni-Ti Loop, 혹은 이전 포스팅에서 언급한 3차 기능의 유혹에 빠질 경우 이렇듯 내향 감정에 휘둘리는 상태에 다다르게 됩니다. 

     

    INFJ의 내향 감정을 감안하지 않고서는 이 유형의 사람을 정확히 알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외향 감정적 특성을 강하게 보이는 INFJ만 찾다 보면 아마도 많은 INFJ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많은 경우 INFJ들의 외향 감정이 외부로 표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외향 감정을 활용해야만 이들의 마음 속에 고이는 독성 강한 내향 감정을 중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전에도 말했듯이 외향 감정을 많이 활용하는 것을 권장하는 바입니다. 이는 아마도 MBTI 이론에서의 부기능에 대한 오해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느 유형이든 부기능이 주기능을 가장 잘 보조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실상 많은 이들이 부기능을 건너 뛰고 바로 3차 기능을 꺼내 들고 활용하기 시작하기도 합니다. INFJ에게 3차 기능은 바로 내향 사고입니다. INFJ가 외향 감정 대신 내향 사고를 선호하기 시작하면, 내향성이 이중으로 강화되어,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는 차단한 채 두 내향 기능, 즉 주기능 내향 직관과 3차 기능 내향 사고 사이에서만 생각을 주거니 받거니 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적으로 거치다 보면 결국 앞서 이야기한 내향 감정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이 상태가 더욱 더 길게 지속된다면, INFJ는 내향 감각 상태로 빠집니다. 이 상태야말로 INFJ에게는 끔찍한 고통을 선사합니다. INFJ에게 내향 감각이 우선하는 세상에 있으라고 하는 것은 마치 맷돌로 INFJ를 갈아버리는 것과 같은 괴로움을 주는 것입니다. 마치 세상 모든 의미 있는 것들을 불살라 버리고 완벽한 무의마함만이 남은 세상과 같습니다. 이 상태까지 온 INFJ라면 아마도 분열증적인 증세를 보일 것이며, 존재 자체에 극도의 혐오감을 느낄 것입니다. INFJ가 지나치게 내향적인 상태로 오래 머물면, 이렇듯 온갖 나쁜 일들이 벌어지게 됩니다. INFJ는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빠져들게 되고, 궁극에는 스스로 존재할 수 없는 곳에 다다르게 됩니다. 하지만 내향 감각 상태까지 빠져드는 경우는 다행히도 극히 드물며, 이 포스팅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습니다.

     

    INFJ의 깊은 내면에는 내향 감정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 내향 감정은 주위에서 온통 느껴지는 듯 하지만, 정확히 무엇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내향 감정적인 특성들이 INFJ 특유의 감정의 깊이를 가져옵니다. 외향 감정이 어디 그런 깊이를 가져 오겠습니까. 내향 직관도 마찬가지로 감정의 깊이와는 전혀 무관하죠. INTJ도 내향 직관을 주기능으로 가지고 있지만 감정과는 거리가 멀지 않습니까. 참고로 INTJ는 INFJ와 비슷한 패턴에 따라 내향 사고에 사로잡혀 무너지기도 하며, 이로 인해 정신 분열 증세를 보이기도 합니다. 

     

    INFJ의 내향 감정 이드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는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 속 한 장면에서 주인공인 아트레이유는 자신의 말 아르탁스와 함께 슬픔의 늪을 건넙니다. 아르탁스는 이 늪의 중간에 멈춰 서서 더 이상 움직이기를 거부합니다. 아트레이유는 말을 부드럽게 타일러가며 늪에 더 이상 빠져들지 말고 힘을 내어 벗어나야 한다고 계속해서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아르탁스는 서서히 늪 속으로 빠지기 시작하는데, 아트레이유는 말의 고삐를 세게 잡아 당기며 그를 끌어내려고 하고, 힘을 내라고 계속해서 소리를 칩니다. 결국 아르탁스는 슬픔의 늪의 힘을 이겨낼 의지가 없어 숨막히는 슬픔을 느끼며 늪 속으로 가라 앉습니다. 아르탁스는 결국 진흙에 뒤덮여 죽고 맙니다. 

     

    INFJ에게 내재되어 있는 내향 감정은 때로는 감당할 수 없는 슬픔으로 둔갑하며 INFJ를 죽음으로 몰아가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상태는 내향 감정의 가장 부정적인 모습으로 INFJ가 살면서 느낄 수 있는 최악의 감정들의 총집합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이런 특징으로 인해 INFJ들은 잘 풀리면 아주 감동적인 예술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기도 합니다. INFJ에게 있어 내향 감정은 죄책감, 수치, 증오, 슬픔, 외로움, 욕망, 갈증, 분노, 화, 허무감 등등 입니다. 

     

    어느 유형이건 간에 이드 기능은 자신이 잘 사용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해칠 가능성도 있는 기능입니다. 이런 상태를 피하기 위한 대책 방안은 3차 기능의 유혹에 빠지지 않으려는 방안과 같습니다. 바로 부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유형을 막론하고 부기능을 사용하는 법을 깨닫고 나면 놀라울 만큼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부기능을 사용하면 같은 방향성을 가진 주기능과 3차 기능의 순환고리로 인해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점을 말끔하게 해결하면서도 누구나 혼돈으로 가득한 인간사 안에서 빛을 발할 수 있게 됩니다. 역설적으로 3차 기능과 이드 기능 모두 못 본 척 무시하고 부기능에 집중하면 3차 기능이나 이드 기능 모두 오히려 역량을 최대치로 발휘하게 됩니다. 

     

    INFJ의 경우, 수년 동안 쌓여온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은 어떤 매개체를 활용하여 그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기 시작하는 순간 풀려 버리게 됩니다. 반면 그 감정을 분석하려 든다거나, 그 의미나 중요성에 대해 고뇌하거나,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 자신을 스스로 질책하고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려 한다면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은 더욱 안 좋게 변화할 것입니다. 외향 감정은 INFJ에게 자신의 깊은 내면의 감정을 표현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마치 어떤 용기에 들어 있던 내용물을 외부로 따라내듯이 말이죠. 용기의 뚜껑을 열지 않고 그 내용물을 계속 안고만 있는다면, 그 감정들이 썩기 시작하며 독으로 변합니다. INFJ들은 특히나 안 좋은 감정적인 경험을 모으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령 주변인들이 다가와 자신의 안 좋은 경험을 털어놓게 하는 무의식적인 힘이 있습니다. 이런 감정들은 내면에 조금씩 쌓여 가면서 INFJ를 존재만큼이나 버거운 무게로 짓누르게 됩니다. 의식적인 노력을 조금만 가한다면, INFJ들은 외향 감정을 통해 아주 쉽게 그런 감정적인 독소를 빼낼 수 있습니다. 내향 감정을 경험했을 때와는 달리 이런 경험은 INFJ에게는 아주 기분 좋고 즐거운 경험이기도 합니다. 

     

    INFJ에게는 얼마나 후련하고 위안이 되는 일입니까. 내면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아픔을 말로, 소리로, 그림으로 표현해낸다는 것 말입니다. INFJ들은 바로 이런 방식으로 외향 감정을 사용합니다. 일반적인 의미의 외향 감정이 아닌, 아픔을 고체화 시켜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표현하는 방식이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INFJ들은 내향 감정으로 인해 쌓이고 쌓인 무형의 아픔을 외향 감정을 사용하여 대중이 받아들일 만한 기준의 매체로 표출할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INFJ들이 타인에게 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들에게는 고통을 일반화 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입니다. 이런 것만으로도 인생은 살 만하지 않습니까? 당신은 저기 표면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심장이 어떻게 찢겨져 아팠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고, 그들은 그런 당신을 위해 박수를 칠 것입니다. 핵심은, 굳거나 응어리 지지 않고, 흐르는 것입니다. 감정이 한 곳에 오래 고이게 두어서는 안됩니다. 

     

    INFJ인 당신이 할 일은 물이 새는 배에 탄 것처럼 물이 배 속으로 들어오는 속도보다 더 빨리 바가지로 그 물을 퍼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앞서 이야기한 아르탁스처럼 슬픔의 늪에 빠져 있을 때에는 옆에서 누가 아무리 소리 쳐도 들리지 않습니다. 존재의 허무함에 잔뜩 질려 있을 때에는 계속 살아야 할 이유를 도저히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INFJ라면, 혹은 당신이 스스로 INFJ일 것으로 생각한다면, 자신을 표현하십시오. 이드 기능에 한창 사로 잡혀 있을 때에는 이런 말이 아주 피상적으로 느껴질 줄 압니다. 하지만,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어떠한 몸짓도 결국 당신을 구원하게 될 것입니다. 자신을 표현하려는 노력을 계속한다면, 도덕적으로 완벽하지 않다고 당신 스스로를 질책하는 일도 그만둘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이 세상에 난 것이 아니에요. 그건 INFP들의 몫입니다. 당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인간적인 절망의 끝자락까지 가본 당신만의 경험을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기 위함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기적적이게도, 당신은 당신만의 천국을 맛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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